장성택 실각으로 이제 관심은 향후 북한의 권력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모아진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리더십과 권력 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며 김 제1위원장은 외자유치를 위시한 경제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군 4대 요직에 대한 6차례 인사를 통해 김정일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군부 다잡기를 지속하는 중이다. 그만큼 김 제1위원장의 장악력이 간단치 않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자신의 오른팔인 장성택 행정부장마저 낙마시킨 것은 아버지 김정일이 걸었던 '유일 지배체제'를 답습해 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중심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권력 투톱의 한 축이 와해된 만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높아질 게 확실하다. 혁명 원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라는 정통성, 핵과 미사일을 관장하는 군부 실세, 청년동맹을 이끌며 검증된 리더십 등에 비춰 그의 발언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최룡해는 민간인 출신임에도 김정은 군부 장악의 1등 공신인 리영호 총참모장까지 밀어내면서까지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인물"이라고 평했다.
변수는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의 존재다. 장성택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하나 김경희는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권력 분담 측면에서 남편과 보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3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밝힌 "김경희가 장성택 실각을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국정원 보고로 미뤄 볼 때 김경희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 5~7월 김경희 행방이 한 때 묘연했는데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을 반영한 것"이라며 "온전치 못한 건강 탓에 김정은의 실각 결정을 말리지 못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 제1위원장의 권력 공고화와 별개로 북한이 권부 암투 국면에서 체제 불안정성을 노출해 왔다는 점에서 사상 검증과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공포 분위기도 가열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안보당국은 북한 노동신문이 1일자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 하자"는 선동 기사를 내보낸 것을 체제 안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을 상대로도 사상 교양 등을 통해 내부동요를 차단하려 부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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