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 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러면서도 중국과 일본의 효과적인 대화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번 순방에 동북아 갈등 중재를 위한 외교적 의미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3일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회담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며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4, 5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이 같은 뜻을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묵인할 수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연대, 미군과 자위대의 운용을 포함한 양국 정부의 대응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러나 일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기보다 중일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위기관리 메커니즘과 위기의 상승을 막기 위한 중일간 효과적인 대화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 중재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3일 아사히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도 “중일 양국이 위기관리 및 신뢰 구축을 위한 제반 조치 확립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일 양국이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 충돌을 막기 위한 장치를 양국 정상과의 회동에서 제안하겠다는 의도를 비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일 양국을 상대로 한 중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은 아태 지역 안보에 관한 확고한 결의를 갖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리더십을 발휘할 힘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계기로 동북아 힘의 균형을 흔드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이 주변국의 오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온 것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두 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공동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일 3국의 틀에서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활동한다면 이 지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4, 5일 중국을 거쳐 5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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