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파큘러 감독의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ㆍ1976)'는 워싱턴포스트 신참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정치영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이나 정치적 사건을 다룬 작품을 통칭한다면, '대통령의 음모'는 그 중 으뜸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까지 이끌어낸 사건을 다룬 만큼 그 메시지가 묵직했고, 긴박감까지 곁들여져 재미 또한 대단했다.
■ 조지 클루니가 감독한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ㆍ2006)'도 대표작 중 하나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반(反)공산주의 광풍에 맞선 CBS 앵커 에드워드 머로를 다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까지 공산주의자로 공격했던 조셉 매카시 의원의 압력에 방송사마저 굴복하려 할 때 머로는 "나의 의지와 신념은 그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외친다. 뉴스가 끝날 때 '굿 나잇 앤 굿 럭'을 던지는 머로는 참 멋있었다.
■ 픽션을 가미하지 않은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세상을 뒤흔든 정치영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Fahrenheit 9/11)'이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개봉된 이 작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9ㆍ11 테러와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시 가문 등 군산복합체의 탐욕과 부도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부시는 재선을 했고, 무어도 별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 충무로에서도 정치영화는 간간히 제작됐다. 특히 선거 시즌이 되면 붐이 분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남영동 1985' '26년' 'MB의 추억' 등이 쏟아져 나왔다. 정치영화는 좋은 작품이어도 수백만 관객을 모으기는 힘들다. 무겁고 불편해서다. 마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나온다고 한다. 돈만 쫓는 속물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다고 하니, 재미도 있을 법하다. 개봉하는 날 극장을 찾을까 싶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