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오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정원이 어제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장성택의 핵심측근 두 명이 비리 혐의로 지난달 말 공개 처형됐으며, 장성택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각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북한 권력구도에 일대 소용돌이를 몰고 올 충격파임에 분명하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의 남편으로 사실상 권력의 2인자로 군림해왔다. 2011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전통적으로 권력의 핵심 축을 이뤘던 군부를 견제할 노동당의 최고 실세로 등장했다. 그가 당 중심의 정치ㆍ경제 개혁을 주도해온 것도 군의 과도한 입김을 빼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김정일 체제 때의 군 핵심요직을 대거 교체하고 신진세력을 등용한 것도 그래서이다. 군 최고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군 출신이 아니다.
장성택의 실각은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그가 중심이 돼 추진해온 경제개혁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 지난 3월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북한은 6ㆍ28 경제개선관리조치를 통해 경제개발구 유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재가동된 개성공단이 지지부진하면서 그 여파로 외국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핵ㆍ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압박도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핵 문제에서 한국, 미국과의 협상이 막히자 개혁파의 입지가 줄어들고 군부 등 보수 강경세력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권력변화의 신호로 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급격한 냉각기로 접어들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개혁파의 구심점인 김경희가 와병으로 세력이 약해졌고, 김경희와 장성택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거론한다.
배경이 무엇이든 군부의 강경 목소리를 견제할 개혁세력의 핵심 실세가 제거됐다는 것은 북한 권력의 향배를 떠나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잖아도 영변 원자로 재가동 등 추가 핵실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성택 실각이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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