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진화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맞서 입금계좌지정제가 본격 시행된다. 스미싱, 피싱, 파밍, 개인ㆍ기업사칭 문자 등은 사전 차단되고, 금융사기에 쓰인 전화번호는 사용이 정지된다. 대포통장 관련자는 모두 엄벌한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변종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메모리해킹, 돌잔치나 결혼사칭 문자메시지 등 기존 대책만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고도의 사기 수법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올해 6~10월 메모리 해킹 피해 규모는 426건, 25억7,000만원, 1~10월 스미싱 피해는 2만8,469건, 54억5,000만원에 달한다.
우선 입금계좌지정제도를 개선한다. 지정된 계좌로 이체할 수 있는 기존 방식은 유지하되 지정되지 않은 계좌로는 소액만 이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설령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금액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거래정보 변경이 의심되면 추가 인증을 실시한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이 입력한 수취인 계좌와 금액이 무단 변경돼 해커의 계좌로 이체된 메모리해킹 사고가 잇따랐다. 해킹에 따른 수취계좌번호 및 송금액 변조를 원칙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거래연동방식의 보안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객이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할 때마다 1회용 비밀번호가 생성돼 다른 계좌로는 자금 이체가 원천 차단되는 방식이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해킹에 이용된 계좌 지급 정지를 시행키로 했다.
스미싱 문자 분석 및 차단 시스템도 구축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동통신사가 탐지한 스미싱 문자를 분석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서버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모바일 청첩장, 돌잔치 초대 메시지 등을 통한 스미싱 사례가 빈번한 것과 관련, 현재 공공기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문자 차단 서비스를 개인과 일반기업에까지 확대 시행키로 했다.
파밍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 서버가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용자가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사이트 접속 시 해외로 우회하는 트래픽을 자동 탐지 후 차단하는 서비스도 도입한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사기범 전화의 사용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범위는 대폭 확대된다. 현재는 대가를 주고 통장을 빌리거나 대가를 받고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 등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한 상황. 정부는 내년 중 법을 개정해 대가가 없었더라도 대가를 매개로 통장을 주고받는 사람 역시 모두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또 범죄를 목적으로 통장을 보관ㆍ전달ㆍ유통한 경우 통장보관자와 유통자까지 처벌키로 했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범죄조직의 소행인 점을 감안해 중국 수사당국과의 수사공조 강화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사공조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관계자는 "검찰 전문수사부서, 금융사기조직 전담수사팀 등을 투입해 신종 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기획 수사를 통해 단속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범 정부 차원에서 신ㆍ변종 사기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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