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상위권 학생의 비율과 함께 하위권도 늘어나는 ‘수학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수학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바닥이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일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65개국 중 수학의 평균점수가 554점으로 전체 5위였다. 1~4위는 상하이(중국은 도시로 시범 참여),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최상위권이라는 뜻이다. 범위를 OECD 회원 34개국으로 좁히면 우리나라는 1위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65개국에 걸쳐 수학ㆍ읽기ㆍ과학 영역에 대해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이번 조사는 수학이 주된 평가 영역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중ㆍ고교 학생 5,201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취수준은 최상위권이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하위권 신세였다. 자신이 수학을 잘 한다고 믿는 자신감의 정도를 나타내는 ‘자아개념 지수’는 65개국 중 63위, 수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알 수 있는 ‘내적 동기 지수’는 58위를 기록했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장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도구적 동기 지수’도 62위로 밑바닥이었다.
과거 조사에 비해 수학능력이 하위권인 학생의 비율도 늘었다. 전체 1~6수준 중 하위권인 2수준 미만의 비율이 9.1%로 2009년 조사 때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최상위인 6수준 학생의 비율 역시 12.1%로, 2009년과 비교해 4.3%포인트 상승해 상ㆍ하위권의 비율이 동시에 늘어난 양극화를 보였다.
교육 현장에서는 PISA 결과를 계기로 수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수학교사모임의 최수일 수학교육연구소장은 “많은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푸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하니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이 왜 필요한지, 왜 즐거운 학문인지도 모른 채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중ㆍ고교의 수학 난이도를 낮추고 한 문제를 깊이 있게 사고하면서 논리적으로 푸는 과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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