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이 국내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시즌이 개막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직구족'(해외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값싸게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들의 구매 품목이 TV 등 대형가전제품으로 확대되면서, 이들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에 거품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의 '해외직구 붐'을 통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TV를 해외에서 구입하면 국내보다 100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한국소비자들이 차별 받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미국 시장에 40~65인치 중ㆍ대형 LED TV를 절반 이하의 파격적 할인가격에 내놓았다. 국내에서 200만~30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 55인치 LED TV의 경우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 쇼핑몰에서는 불과 500~700달러(약 5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선 380만원이 넘는 60인치와 65인치 LED TV도 50% 이상 할인돼 1,200~1,500달러(약 130만~1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TV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 관계자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하루 300건의 배송주문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파격적 할인가격은 국내 가격 거품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외 할인 가격정보와 국내 가격을 비교하며, 폭리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수제품은 품질도 안 좋은데 되레 가격은 외국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또 다른 소비자는 "올해 초 혼수로 55인치 LED TV를 200만원 대에 구입했는데 해외직구 가격을 보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워낙 가격차가 많이 나니까 국내 가전회사 직원조차 자기 회사 TV를 해외직구를 통해 미국에서 구입했다"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불똥이 뜻하지 않게 가격거품 논란으로 이어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한국과 미국의 가격차이는 시장규모와 유통구조의 차이이며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망까지 갖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우위를 장악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 구매가 오프라인에선 베스트바이와 월마트, 온라인에선 아마존 등 유통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가격결정권을 제조업체 아닌 유통업체가 쥐고 있고,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할인도 유통업체가 주도한다. 한 대형가전사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TV를 얼마에 공급해달라고 하면 그 가격에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통업체가 가격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라 해도, 지금 같은 가격격차는 과도하며 국내 판매가격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할인행사 제품은 국내 TV 제품과 달리 일부 스마트 및 3D 기능이 제외된 제품"이라며 "양국간 가격을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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