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전회사 밀레가 이달 중 무려 826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냉장고를 국내 출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인 우리나라에서, 초고가 제품을 출시한 배경이 궁금하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 처음 출시하는, 한국시장만을 위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냉장고(391ℓ)와 기존 냉동고(261ℓ)를 한 세트로 묶은 652ℓ급 대형 냉장고이다.
밀레의 '한국형 냉장고 프로젝트'는 지난해 초 안 대표가 냉동고 문의 손잡이를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바꿀 수 있게 해달라는 '특별 주문'을 넣으면서 시작했다. 그는 "냉장고와 냉동고를 따로 쓰는 유럽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나란히 두고 쓰기 때문에 손잡이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본사는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한 번도 냉장고를 내놓은 적이 없는 한국 시장을 위해, 별도 라인까지 깔고 초고가 제품을 만든다는 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안 대표는 같은 독일 브랜드인 BMW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현대ㆍ기아차가 지배하다시피 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가의 BMW가 수입차 1위 자리를 확고히 하며 세를 넓혀가고 있듯, 밀레 냉장고도 삼성과 LG 중심의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한국은 저가 시장에서 고가 시장으로 바뀌고 있고 소비자들도 가격보다 성능과 디자인을 중시한다"며 "BMW도 성능과 디자인 중심의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도 고가ㆍ대형 제품 위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밀레처럼) 명품 이미지의 제품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품 표면도 기존 제품과 달리 광택이 나지 않는 스테인리스로 바꿔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안 대표는 외국계 기업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다. 내년이면 취임 10년째다. 지난해엔 전 세계 47개 법인 중 매출 성적이 좋은 법인에게 주는 '밀레 어워드'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국형 제품' '한국형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5~6㎏ 중소형 세탁기만 만들던 밀레 본사를 설득, 이불 빨래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10㎏ 대형 세탁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2010년 출시 이후 세탁기 매출은 40%나 늘었다. 또 한국의 젊은 소비자 공략을 위해 전 세계 법인 중 처음 인터넷 쇼핑몰을 도입, '대박'을 터뜨렸고 그 결과 처음 온라인 거래에 반대하던 본사도 모든 법인에 인터넷 쇼핑몰을 도입하도록 했다.
안 대표는 "과거 빌트인(붙박이) 위주의 국내 영업을 남들보다 먼저 소비자 상대(B2C) 시장으로 전환해 건설 경기 불황의 위기를 잘 넘겼다"며 "올해는 매출의 90%를 B2C에서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