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곧 출간할 대선 회고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 '품격이 사라졌다' 등으로 맹공을 가하자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품격인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달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문 의원의 성명에 대해 침묵을 지키며 확전을 자제했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대선 불복' 카드로 정면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의원의 저서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과거 선거 승복 사례를 꺼내며 문 의원을 겨냥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은 2007년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했었고,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서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보내줬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1992년 대선 패배 후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가 계시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또 지켜봐 줬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수석은 "국민은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소통이고,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국민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중차대한 안보 외교에 전념하는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헌정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서민들의 삶이나 국가신인도가 어떻게 될지, 경제 불씨가 혹시 꺼지지 않을지, 이런 것을 더 무서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문 의원의 '무서운 대통령' 발언에 역공을 폈다. 이 수석은 "국민의 삶과 행복,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그런 권력의 폭주에 더 우려와 염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간 문 의원의 대통령 비판에 대해 공개적인 대응을 피했던 청와대가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은 문 의원의 공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이를 대선 불복성 행위로 규정해 운신의 폭을 좁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이날 "대통령 후보를 지낸 분으로서 맞는 처신이냐"며 날을 세웠다. 민현주 대변인은 "정국을 평가하기 이전에 실력이 부족했고 준비가 부족했다고 인정한 만큼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란다"면서 "문 의원은 잊혀지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꼬집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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