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실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한 사실을 곧바로 전했다. 그러나 사실 자체만 짧게 보도했을 뿐 놀라거나 과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를 최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데 대한 한국 측의 반격으로 보는 해석도 없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한국의 TPP 참여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제재선(國際在線) 등 중국 언론들은 10월 한국이 TPP에 참여키로 방침을 정하고 중국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에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TPP에 참여하고 안하고는 한국이 결정할 일이지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중국 일각에서조차 미국 주도의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도 5월 "TPP 참여의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며 가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는 당초 TPP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라고 비난했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스스로 TPP 참여를 검토하는 마당에 한국이 TPP에 관심을 표명한 것을 갖고 뭐라 하긴 힘든 상황이란 설명이다.
현오석 부총리 역시 1일 "중국은 과거의 부정적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TPP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TPP에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나라를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연구소들이 TPP 참여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권유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국수적 인터넷 매체는 '중국의 꿈'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로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미국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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