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2시10분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던 A(34)씨가 택시에 치였다. 50여m를 끌려간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9월29일 0시40분쯤 서울 남산 1호터널 진출입로 근처에서 잠든 B(23)씨도 차에 들이 받혀 사망했다. 같은 달 13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C(51)씨 역시 술에 취해 도로에 앉아 있다 택시에 치여 1㎞ 가량 끌려가다 숨졌다.
차도에서 보행자가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밤에 술 취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돼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차도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보행자는 508명, 부상자는 1만4,000명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차도에서 66명이 숨지고 2,100여명이 부상했다. 이 통계에서 '차도'는 중앙선이 있는 도로는 물론 주택가 이면도로,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는 도로 등을 포함한다.
경찰은 사고가 밤에 집중돼 술 취한 보행자의 사망사고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5명이 차도에서 숨진 2010년에는 술 자리가 많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 사이 사망자가 125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2011년 같은 시간대 사망자는 93명(57%), 지난해는 66명(47%)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9월까지 42명이 숨져 다시 64%까지 반등했다. 도로 위의 보행자 사망사고 총 건수는 줄었지만 심야시간 사고 비율은 증가한 셈이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는 보도로만 다녀야 하고, 차도로 통행하거나 술에 취해 도로에서 갈팡질팡하면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차도에서 사고를 당하면 교통법규를 어긴 보행자 과실도 엄하게 따지기 때문에 피해보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이 차도로 뛰어들 경우 즉시 112로 신고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하고, 운전자도 심야에 과속을 하지 않아야 차도 보행자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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