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제59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 8년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충북의 8연패는 대회 신기록이다. 충북은 또 경부역전마라톤 통산 18번째 정상에 올라 2위 서울(14번)을 압도했다.
충북은 지난달 24일 부산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3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끝난 534.8km 국토종단 레이스를 총 24시간07분42초만에 골인했다. 2위는 충북에 12분52초 뒤진 전라남도(24시간20분34초)가 차지했다. 전남의 준우승은 2002년 제48회 대회 이후 11년만이다. 서울(24시간23분54초)과 경기도(24시간26분22초)는 각각 3,4위에 그쳤다.
9개 시도 남녀 153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대회는 코스를 ‘마라톤 북방한계선’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보폭을 넓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시도 대표 엘리트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가 CIQ까지 지평을 확장시킨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최경열(55) 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도라산 CIQ까지 달린 거리는 수km에 불과하지만 남북한에서 마라톤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대단히 의미 있는 첫발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충북 8연패 ‘투자있는 곳에 성과’
충북은 역전마라톤의 보고(寶庫)와 같은 지자체다. 이시종(66) 도지사부터 고교생 출전 선수까지 혼연일체로 뭉쳐있다. 이지사는 지난해 대회 7연패 직후 가진 직원 조회에서 경부역전마라톤 충북 대표팀의 전략과 투지를 직접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반향은 컸다. 충북도와 체육회의 예산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타 지자체보다 최대 3배 이상 화끈한 ‘실탄’지원이다. ‘투자 있는 곳에 성과 있다’라는 경제학의 ABC가 경부역전마라톤을 통해 현실화한 셈이다.
엄광열(53ㆍ청주시청)감독은 8연패 비결에 대해 “충북은 역전마라톤을 뛸 줄 아는 팀이다”라고 정의했다. 충북 육상연맹 전무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다른 도(道)에선 1개의 역전대회가 개최되지만 충북에는 매년 3개(성인2ㆍ학생1)가 열린다. 또 중장거리 육상팀을 보유하고 있는 시군청이 7개에 달해 선수 자원이 훨씬 풍부하다”고 말했다. 엄감독은 “실제 타 시도에선 출전선수 부족에 허덕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선발전을 따로 치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 선수들 기록을 사전에 검토했다는 그는 “전원이 5km를 14분30초에 통과한 것을 보고 8연패를 낙관했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선수 관리에서도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홍인표(38) 코치는 “경부역전마라톤 기간 중에는 선수들의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모두 거둬들여, 레이스에 집중하게 한다”고 말했다.
충북의 8연패에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평준화 됐다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충북은 일부 대구간에서 한 차례도 선두로 나서지 못했으나 2~3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종합기록 1위는 빼앗기지 않았다. 류지산(26ㆍ청주시청), 문정기(25ㆍ영동군청), 김성은(24ㆍ삼성전자), 김상훈(24ㆍ제천시청), 신현수(22ㆍ한국전력)등 베테랑들이 제 몫을 다했기 때문이다. 고교생 김승종(18ㆍ단양고)도 사흘째 2소구간(가라골~신동8.6㎞)을 1위로 통과해 힘을 보탰다.
다시 떠오르는 전남…내년 기약하는 부산
김후진(47) 감독이 이끈 전남의 준우승도 눈에 띈다. 전남은 2002년 제48회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줄곧 중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충북과 서울, 경기도에 밀려 등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우수 선수상(MVP)을 받은 백승호(23)와 김민(24), 장호준(22ㆍ이상 삼성전자), 김효수(28ㆍ경찰대), 그리고 박주영(33ㆍ한국전력)을 앞세워 2위로 뛰어오르는 뒷심을 보였다. 김감독은 “도체육회의 지원과 관심이 올해 준우승 밑거름이 됐다”라며 “강방원(85) 전남육련 회장이 노구를 이끌고 대회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여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11년 만에 경부역전마라톤에 합류한 부산은 비록 꼴찌로 주저앉았지만 어느 팀보다 많은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다. 우선 성세환(61ㆍBS금융그룹대표) 신임 부산육련 회장이 중장거리팀 부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용범(54) 부산감독은 “올해는 연습 삼아 출전했다. 내년부터 마라톤 중흥 5개년 계획을 세워, 항도 부산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대회에선 풍성한 기록도 나와 화제다. 백승호는 대회사상 처음으로 MVP를 3회 연속 수상했고, 서울과 경기도는 대회 엿새째까지 나란히 21시간45초 공동 3위로 결승선을 끊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강성권(22ㆍ한체대)이 최우수 신인상을, 류지산, 김영진(31ㆍ삼성전자), 김성은이 우수 선수상을 수상했다. 조준행(16ㆍ배문고), 석종진(18ㆍ영주 동산고), 오달님(18ㆍ오류고)은 우수 신인상을 받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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