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12월 2일] 자선냄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12월 2일] 자선냄비

입력
2013.12.01 12:03
0 0

2일부터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전국 350곳에서 울려 퍼진다. 자선냄비 종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들을수록 거룩하다. 그간 나만의 삶에만 열중해온 것은 아닌지 자성해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아 그렇다. 구세군은 모금액 목표를 55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신용카드를 통한 디지털 모금 방식을 도입해 올해에도 카드로 가능하다. 벌써 배우 장근석, 주원이 각각 쌀 5톤을, 가수 아이유가 쌀 1톤을 보냈다고 하니 목표액 정도야 능히 돌파할 것 같다.

■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에서 배가 좌초되자 조셉 맥피 구세군 사관이 쇠솥을 거리에 걸고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난민을 위한 기금을 모은 게 시초다. 국내에서는 1928년 12월 박준섭 구세군 사관이 자선냄비를 설치해 걸인들에게 죽을 끓여 먹인 게 처음이다. 그로부터 85년째 매년 자선냄비가 모습을 보인다. 자선냄비에는 꼭 현금만 넣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상품권이나 항공권, 영화예매권에서 로또 복권까지 들어있었다고 한다.

■ 자선냄비에는 갖가지 사연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를 병으로 잃은 듯한 어머니가 돌반지에다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아라'고 적은 내용의 편지를 붙여 넣는가 하면, '부모님께 드리려 했지만 이젠 너무 늦어 이곳에 넣습니다'란 메모와 함께 고액 수표가 나온 적도 있다. 또 시각장애인이 찾아와 구세군에게 대신 넣어달라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 남성이 1억1,000만원권 수표와 1억570만원권 수표를 넣어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 그래도 아직 우리의 기부 문화는 걸음마 단계다. 이웃돕기 성금의 70% 정도를 여전히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90대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평생 모은 1억8,760만달러(약 1,989억원)를 구세군 등에 기부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지만 국내에서 이런 뉴스는 흔치 않다. 하지만 1,000원이면 어떻고 500원이면 어떤가. 원래 자선냄비는 소액을 담아내는 것에서 비롯됐다. 베풀고 나누는 마음에 액수는 중요치 않다. 오늘 당장 사랑과 희망을 전하러 가자.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