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9~30일 도쿄에서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한일ㆍ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중단된 이후 열린 첫 총회다. 양국 의원들은 양국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위기감을 함께 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일본 정권의 과거사 입장을 계승한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총회에서는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집단적 자위권 등 첨예한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알맹이 빠진 것이라고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당장 해결 가능성이 없는 의제를 꺼내 서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지는 것보다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차근차근 소통의 장을 넓히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국 간에는 다양한 민간분야에서 협력할 것들도 많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다.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교류와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고, 외부 환경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총회에서 일본 영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 같은 실질적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작지만 의미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파문을 계기로 미국 중국과의 차관급 전략대화를 정부가 추진한다고 한다. 이미 일정이 조정 중이고, 일본과는 전략대화 추진과 함께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갈등이 크고 깊을수록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잇단 과거사 왜곡으로 교류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차에 잘 된 일이다. 과거사와 집단적 자위권, 영토분쟁 등 한반도 주변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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