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어렵다. 나라 밖 정세는 역내 국가 간 역사인식 갈등과 영토 분쟁에다 미중 간 패권경쟁까지 겹치면서 지극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빚어진 미일과 중국의 신경전은 전투기 동시 출격과 함정들의 상호 시위로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중 대립구도가 두드러지는 와중에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고, 미일동맹은 한미동맹보다 더 강화되고 있어 우리의 외교기조마저 흔들리고 있다. 만약 이 국면에서 북한마저 준동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극도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냉철하게 꿰뚫고 대비해야 할 시기에 우리 정치권은 허구한 날 싸움만 하고 있다. 나라 밖 일은 우리와 무관한 것처럼 오로지 상대를 제압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도정치와 당쟁으로 날을 새던 조선 말기 같다"는 한탄이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여야 모두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정책수단과 권한을 갖고서도 문제를 풀기는커녕 밀어붙이기만 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책임이 더 크다. 지금 여권은 현안이 생겼을 때 본질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야당이나 비판세력을 압도하겠다는 정파적 관점에 머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다.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신속하게 진상을 밝히고 철저하게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이 꼬였다. '과거 정권의 과오'를 현 정권이 떠안는 희한한 선택을 해 급기야 종교계 일각의 대통령 사퇴 요구까지 촉발시켰다.
인사와 예산안 문제도 그렇다. 의혹들을 해명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그냥 침묵하는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굳이 임명하겠다고 하고,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서 곧바로 예산안의 예결위 단독상정과 준예산 편성을 꺼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대립과 갈등의 수위는 극점으로 치달을 것이다. 불통과 강공은 당장 지지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국민 분열과 국정 결핍으로 나타날 것이다. 나라 안을 안정시키고 나라 밖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본령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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