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둘러싸고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최소 2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본격적인 해산 작전에 나섰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잉락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 진영과 반정부 시위대인 람캄행 대학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밤과 1일 새벽 방콕 외곽 라자만갈라 체육관 인근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 람캄행 대학생 1명 등 2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레드셔츠 운동가 4명과 대학생 1명 등 5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일부 나오고 있으나 경찰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한달 가까이 계속된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30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라자만갈라 체육관에는 1일로 예정된 반정부 시위에 맞서기 위해 레드셔츠 시위대 약 7만명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체육관 가까이 있던 대학생들이 돌을 던지며 레드셔츠의 집회를 방해하고 야유를 보내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집권 푸어타이당은 시위가 유혈충돌로 격화하자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잉락 총리는 전날만 해도 이들 조치의 시행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조기 총선 방안 등에 거부 의사를 이미 밝힌 적이 있어 집권당의 의회 해산 방침 등에도 불구하고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절대 다수인 농민과 도시빈민 등이 현 정부와 푸어타이당을 지지하고 있어 조기 총선을 해도 야당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군부와 관료, 기업가, 왕족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제1 야당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총선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텝 전 부총리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 총리와 각료를 선택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방식이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텝 전 부총리가 1일 총리 청사 등 10개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최후의 돌격'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는 긴장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날 경찰청 마약단속실 사무실에서 외국 언론과 인터뷰할 예정이던 잉락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가 몰려오자 급히 피신했다. 시위대 수백 명은 또 국영 방송국 PBS 안으로 몰려들어가거나 방송국 주차장에서 깃발을 흔들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태국에서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쿠데타로 물러난 뒤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당시 총리직에서 쫓겨나 부패혐의 등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러나 2007년 총선에서 친탁신 피플파워당이 승리했고 민주당 등이 탁신의 잔재를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시위에 나서면서 태국은 정치적으로 양분 상태에 놓이게 됐다. 2011년에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이 정권을 잡으면서 반정부 시위가 더욱 격화됐다. 잉락 총리와 푸어타이당이 이달 초 탁신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사면법안을 추진하자 반정부 시위는 더 급속도로 확산됐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