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무력 진압, 수십명이 부상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폭력 진압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노한 시위대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기획하며 반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의 무력 진압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의 독립광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광장에는 전날 리투아니아에서 폐막한 EU-동부파트너십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협정 체결이 무산된 것에 항의하던 시위대 1만여명 중 1,000명 가량이 남아있었다.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35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이 머리에서 피가 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쫓겨 인근 성미카엘 수도원으로 피신했다.
야권은 정부가 평화 시위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3개 주요 야당은 ‘국민저항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2일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반정부 시위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개혁을위한우크라이나민주동맹 대표는 “아이들이 매맞는 경찰 통제 국가에서 살고 싶은지, 유럽 국가로 살고 싶은지 나서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며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복역 중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도 성미카엘 수도원 앞에서 딸이 대독한 성명에서 “야누코비치의 독재와 폭력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최대 야당인 독립당의 아르세니 아체뉴크 대표는 “전국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도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는 “우크라니아 정부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고 EU 순회 의장국인 리투아니아는 “수도 한복판에서 평화시위대에 폭력을 쓴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야누코비치가 직접 나서 “독립광장에서 시민을 고통스럽게 한 행위가 일어난 데에 깊이 분노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폭력을 사용한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며 이를 위한 즉각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는 정부가 EU 협력협정 협상 중단을 발표한 지난달 21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협력협정 체결로 EU 회원국에 준하는 경제적ㆍ정치적 협력 강화를 꾀했지만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 등을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를 가로막았다. 야누코비치는 “우크라이나 경제가 너무 취약해 러시아와 교역을 포기할 만한 여력이 없다”며 현실론을 폈다가 오히려 반 러시아 정서를 자극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45% 정도가 EU와의 통합, 30% 정도가 기존 러시아와의 동맹 강화를 각각 지지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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