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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충무로만 행복?

입력
2013.12.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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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300만 관객이 본 영화에 대해 '뭐 그리 대수냐'고 말들 했다. 2000년대 후반 침체기를 겪을 때는 '100만명 넘기가 이리 힘드냐'는 탄식이 충무로 곳곳에서 터졌다. 요즘은 또 '300만은 넘어야 흥행 좀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한 영화계 관계자)

한국영화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 관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를 이미 뛰어넘었다. 경제 전반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상황에 충무로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30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를 찾은 국내 관객은 1억1,547만3,965명이다. 사상 첫 1억 관객을 돌파한 지난해(1억1,461만명)보다 86만명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산업적 성과는 다시 이루기 힘든 이례적 경우라는 충무로의 일반적 분석이 무색해졌다. 1억1,547만 관객은 2003년(6,391만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 한국영화는 1,000만 영화가 '7번방의 선물' 한 편에 불과했으나 1,000만에 근접한 영화가 '설국열차'(934만명)와 '관상'(913만명) 2편이나 나왔다. 700만 언저리의 영화도 '베를린'(716만명)과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명) 2편이었다. 500만을 넘은 영화는 3편('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감시자들')이었다. 대형 흥행작들이 앞에서 시장을 이끌고 중박 영화들이 뒤를 미는 형국이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617만명('아저씨')에 불과했던 2010년(한국영화 전체 관객수 6,940만명)과 눈에 띄게 비교된다.

호황의 요인으론 역설적으로 불경기가 꼽힌다. 대중들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면서 주말 여행 등 값비싼 여가를 즐기기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영화관에 몰린다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영화를 많이 본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화계 속설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한국인의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2008년 국민 1명이 1년에 3.04편 꼴로 영화를 봤던 반면 지난해에는 3.83편을 관람했다. 올 여름 무더위도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는 주장이 있다.

영화 관객이 늘어나면서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도 올라가고 있다. 60%를 기록하며 지난해 58.8%를 넘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6년(63.8%) 가장 높았다.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수출 총액(416억원)은 2011년보다 8.4% 늘었다. 불황과 무더위만으로 한국영화의 브레이크 모를 질주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영화계에선 2007~2009년 극심한 불경기를 거치며 충무로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부장은 "영화사들이 수익성 높은 영화들에 집중하면서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듯하다.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한 수작들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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