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기자는 퇴근시간이 지나 광주시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훑어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국제사기 논란이 일었던 3D(입체영상)변환 한미합작법인 '갬코'의 사업 추진과 관련, 광주시의회에서 거짓답변을 했다는 보도(11월26일자ㆍ28일자)에 대한 광주시의 반론자료였다. 요지는 "강 시장은 시의회를 한 번도 속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시는 자료를 통해 "미국 측 파트너인 K2Eon (3D변환)기술에 대해 강 시장은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 기술 책임자로부터 YUV소프트사 소프트웨어는 미국기술이 아니고 러시아 기술이라는 보고를 받고 미국 기술이 없다고 한 것"이라며 "그런데 사실관계 확인 없이 마치 강 시장이 YUV사 소프트웨어 자체의 기술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시의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반론이었다. 본보의 보도내용은 강 시장이 K2Eon의 기술력이 없는 줄 알고도 시의회에서 세계 최고의 3D변환 기술을 확보했다고 거짓 답변했다는 것이었지 YUV사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강 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 보도의 근거가 됐던 2011년 9월 27일 광주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강 시장은 YUV 소프트웨어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는 보도내용은 물론 시의회 회의록에도 없는, 'YUV사 소프트웨어 자체 기술' 부분을 슬그머니 반론자료에 끼워 넣어 마치 기사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했다. 심지어 "광주시는 YUV 소프트웨어 자체의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술이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 기술임을 밝힌 것인데, 이를 착각하고 왜곡 보도했다"고 한 대목에선 가슴이 턱 막힌다. 이쯤 되면 과연 시가 거짓말 논란의 당사자인 강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해명을 듣고 반론자료를 작성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시는 반론자료를 내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이 반론은 강 시장이 거짓말 한 게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반론자료 문구를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면 차라리 '갬코'로 무너진 광주시의 신뢰를 되찾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나았을지 모른다.
광주시정을 이끌어가는 수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관련 부서로서는 반가울 리 없다. 그렇다고 기사에 '없는 내용'까지 만들어 사실을 숨기려 한다면 강 시장의 거짓말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은 안 해 봤을까. 광주시가 참 안쓰럽다.
안경호 사회부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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