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부역전마라톤 서울~임진각 64.2km를 남겨두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경기대표 김영진(31ㆍ삼성전자)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김영진이 앞선 3개 소구간을 모두 1위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대회 관계자들은 김영진이 마지막 레이스 서울~임진각 대구간 중 5소구간(봉일천~월롱8.5km)에서도 여유 있는 1위로 골인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김영진이 1위에 7초 뒤진 2위로 밀려난 것이다. 유문종(53) 심판장을 비롯한 계측요원들의 표정도 순간 일그러졌다. MVP후보들이 갑자기 ‘난립’했기 때문이다. 우선 전남대표 백승호(23ㆍ삼성전자)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57, 58회 MVP를 차지한 백승호는 이번 대회 감기몸살 악재에도 불구하고 5개 소구간중, 4개 소구간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백승호가 결국 MVP에 올랐다. 3회 연속 수상은 대회사상 처음이다.
백승호는 “내심 욕심은 있었지만, 올해 MVP는 당연히 (김)영진이 형의 몫으로 생각했었는데”라며 기대 밖의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몸 담은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잇단 부상으로 풀코스를 소화하지 못해 감독님과 소속팀에 많이 미안했었다. 이번 MVP가 다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대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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