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포항 스틸러스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2013 K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포항은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김원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용병 없이 토종 선수만으로 구성된 포항은‘스틸타카(스틸야드+티키타카)’라는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시즌 막판 6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토종 선수만으로 만들어낸 ‘스틸타카’
황선홍 포항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구단 지원이 줄자 외국인 선수 없이 포항 유스 출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 토종 선수들로만 한 시즌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포항은 겨우내 만들어 온 정교한 패스를 앞세워 지난 5월18일 울산과의 경기 전까지 6승5무를 기록, 지난 시즌을 포함해 무려 19경기에서 무패(11승8무)를 이어갔다.
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키는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로 ‘스틸타카’라는 칭호를 얻은 포항은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탄탄해졌고 지난 10월 전북을 꺾고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마침내 결실을 봤다.
황 감독은 쇄국 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에 빗대 ‘황선대원군’이란 애칭을 얻었다. 포항은 9골을 넣은 조찬호가 팀 내 최다 득점자일 정도로 두 자릿수 골을 터트린 공격수는 없었지만 고무열, 박성호(이상 8골) 등 선수들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막판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활약
포항의 우승 뒤에는 고비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베테랑들의 힘이 있었다. 공격수 노병준(34)은 지난 7월 성남과의 FA컵 득점을 시작으로 39라운드까지 9골을 기록했다. 많은 골을 넣진 못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선발 또는 후반 막판 조커로 나서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지난달 27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시즌 막판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노병준은 우승이 확정된 뒤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베테랑 골키퍼 신화용(30)도 포항의 든든한 뒷문을 책임졌다. 김승규(울산)에 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33경기에 나가 31골(경기당 0.94골)만 내주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가을 사나이’ 박성호(31)도 팀이 주춤하던 9월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위기에서 구출했다.
주장 황지수(32) 등 포항의 베테랑들은 지난해 신인왕인 이명주(23)와 유소년 팀을 거친 고무열(23), 김승대(22) 등 패기 넘치는 젊은 피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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