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나고 후반 추가 시간은 4분. 이마저도 1분 지난 후반 50분, 울산 현대가 안방에서 우승 축배를 들어 올리려는 찰나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90분 내내 상대 골문을 두들기던 포항 스틸러스의 김원일이 문전 앞 혼전 중에 극적인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황선홍 포항 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얼싸 안고 환호했고 울산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듯 그대로 주저 앉았다.
포항이 극적인 드라마를 쓰며 6년 만에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등극했다.
포항은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40라운드 최종전에서 1-0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까지 승점 71로 울산에 2점 뒤져 있던 포항은 승점 74(21승11무6패)를 기록, 울산(승점 73)을 따돌리고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막판 울산에 승점 5까지 뒤지며 정상 등극이 힘들어 보였던 포항은 6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로 지난 10월 FA컵에 이어 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와 함께 K리그 팀 최초로 리그와 FA컵을 한 시즌에 모두 차지한 최초의 팀으로 기록됐다. 과거 부산 대우, 수원 삼성이 K리그와 리그컵을 모두 차지했으나 FA컵까지 거머쥐진 못했다. 포항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5번째(1986, 1988, 1992, 2007, 2013) 정상에 올랐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울산을 밀어 붙였다. 그러나 올 시즌 홈에서 18경기 10실점 밖에 하지 않았던 울산의 두터운 방패는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포항은 후반 8분 박성호, 12분 조찬호를 잇따라 투입하며 파상공세로 나섰다. 황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후반 16분 조찬호 왼발 슈팅에 이어 1분 뒤에는 조찬호의 크로스에 이은 박성호의 헤딩슛이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비겨도 우승을 하게 되는 울산은 전원 수비로 나섰고 포항은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역전 우승을 위해 승점 3을 원하는 포항의 간절함은 주심이 경기 휘슬을 불기 직전에 이뤄졌다. 후반 추가 시간 5분이 지난 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울산 페널티 구역 안에 몰린 가운데 박성호의 오른발에 맞은 공이 골문 앞으로 향했고, 이를 김원일이 밀어 넣어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눈물 바다가 됐다. 베테랑 노병준을 비롯한 포항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던 울산 선수들은 진한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한편 FC 서울의 데얀은 전북 원정에서 1골을 터트려 19골로 김신욱(울산ㆍ36경기 19골)을 제치고 사상 첫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29경기에서 19골을 넣은 데얀은 경기 출전 수가 적어 득점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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