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는 기록적인 벤처기업이다. 모바일 등으로 유료 웹툰을 판매하는데, 첫 달(6월)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40만 명의 회원을 바탕으로 월 매출이 20~40%씩 성장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창업 첫해 흑자를 달성하는 건 경이에 가까운 일. 이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들도 '창조경제'차원에서 레진코믹스의 성공비법을 배우겠다며 공동 워크숍에 초청, 사례 발표까지 맡겼다.
이 회사 한희성 대표,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성업 이사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을 돌며 구글 애플 등에 초창기부터 돈을 넣었던 유명 벤처투자자(VC)들을 만났는데, 이들로부터 "비즈니스 모델이 '워킹'(작동) 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권 CTO는 "VC들 앞에서 흔히 스타트업들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매출 수치를 오히려 가장 앞에 꺼내 발표를 시작했다. 보통 스타트업 기업들이 초기 투자를 받아 기업을 꾸려가는 것과는 다르게 창업 첫해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VC들의 극찬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사실 웹툰은 유료화로는 좀처럼 성공하기 힘든 콘텐츠이다. 하기야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포털 뿐 아니라 KT,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까지 나서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마당인데, 어떤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웹툰을 보겠는가.
그러나 레진코믹스는 "좋은 콘텐츠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이들의 모바일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만화부문과, 애플의 '앱스토어' 도서부문에서 매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소속 작가들은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됐다. 수익은 작가와 회사가 일정 비율로 나누는데, 작가 몫이 가장 크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뼈와 살'의 작가 '작업실 시보'는 연재 시작 열흘 만에 500만원 넘는 수익을 올렸고 지금 추세라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는 후문이다. 기존 대형 포털의 인기작가 중엔 억대 수입을 올린 경우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광고, 캐릭터 상품, PPL 등에서 나온 돈이고 순수하게 웹툰 만으로 억대 연봉작가들을 길러내고 있는 곳은 레진코믹스가 유일하다.
한 대표는 유료 웹툰의 성공비결로 '시간을 구입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꼽았다. 그는 "연재를 시작할 때 미리 사전제작을 해두고 10여 편을 한꺼번에 업로드 한 뒤 '시간 자물쇠'를 걸어놓는다. 자물쇠는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풀리는데, 처음 두세 편은 무료로 풀어놓기 때문에 다음편이 궁금해 빨리 보고 싶은 독자는 유료결제를 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IPTV 등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하려면 3주를 기다려 무료로 보던지, 유료 결제 후 바로 보던지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만들어 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숙제는 있다. 소비자들이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국내 결제시스템은 과정이 너무 복잡해 유료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기존 웹툰 시장을 보면 아무리 무료로 웹툰을 제공해도 이용자는 커뮤니티나 웹하드 등을 통해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기존 웹툰 서비스 업체들은 고화질의 서사구조가 있는 웹툰에는 돈을 내고 서라도 보겠다는 독자의 심리도 모르고 서비스를 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권 CTO는 "그래서 무엇보다 이용자가 결제를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모바일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도 손쉬운 결제 때문이고, 만약 모바일이 없었다면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유료 결제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액티브엑스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며 "인터넷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지만 인터넷 사용환경 개선은 여전히 많이 뒤쳐지는 것 같다"고 쓴 소리도 했다.
앞으로 이들은 우리 웹툰을 들고 전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이사는 "만화ㆍ웹툰 시장은 일본, 미국, 영국 순으로 큰데, 내년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한국 웹툰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우리 웹툰이 K-POP처럼 또 다시 전세계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