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8년차 박지영(가명·32)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 칼국수나 카레 등 많은 반찬이 필요 없는 단품요리들. 그가 장을 보는 곳은 동네 1인가구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 신촌의 한 대형 슈퍼마켓이다.
지영씨의 오늘 메뉴도 카레다. 지난 달에 산 카레가루는 남아있으니, 야채만 사면 된다. 1인분에 필요한 야채는 감자 1개, 당근 1/2개, 양파 1개, 브로콜리 1/2개, 버섯 3분의 1팩 정도다. 감자는 개당 500원, 당근은 개당 1,000원 정도로 1개씩 살 수 있다. 양파는 살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품목. 7~8개씩 든 양파 한 망은 3,480원이지만 깐 양파 1개는 1,980원. 깐 양파 2개 가격이면 손질 안 된 양파 한 망을 사고도 남는다. 고민을 잠깐 하다 지난달에도 양파 한 망을 사서 2개 먹고 나머지는 썩힌 기억이 나 깐 양파 하나를 집는다. 대파 마늘 고추 등을 많이 사서 다 못 먹고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마트는 그나마 깐 대파를 나눠 3대씩 팔고, 양배추는 1/4통, 배추는 1/2통씩 판다. 물론 가격은 1/n이 아니다.
조리도 하고 샐러드로도 먹을 수 있는 브로콜리는 세일을 자주 하는 야채다. 개당 1,980원하던 게 오늘은 1,280원. 반은 카레에 넣고 나머지는 데쳐서 냉동보관해야 한다. 2,000원짜리 느타리버섯 한 팩을 집었다. 카레에 넣고 남을 2/3는 어떻게 할지는 일단 접어둔다. 그렇게 고른 야채 값만 벌써 5,760원. 정육코너에서 2,760원하는 카레용 돈육 200g 한 팩을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는다. 오늘은 야채카레다. 4개 한 묶음으로 파는 사과나 홍시 등 과일엔 비싸서 눈길도 주지 못했다. 몇 달째 과일은 산 기억이 없다.
카레전문점에서 사먹는 카레는 비싸고, 건더기가 부실한 레토르트 카레는 먹기 싫어 직접 장보기에 나섰지만 재료 값과 직접 요리할 것을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혼자 카레전문점에서 7,000원짜리 야채카레를 먹는 게 삶의 질 측면에서 더 나은 걸까. 신선한 재료로 알뜰하게 혼자 요리해 먹는 것은 아직까진 사치스런 바람일까.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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