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보람(33)씨는 미혼 친구 2명과 함께 이달 중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유명 브랜드 가방은 사지 않고 포인트카드 적립도 꼼꼼히 하는 '짠순이'지만 1년간 열심히 일한 만큼 쉴 때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다. 저가항공을 이용해 가격도 저렴했다.
국내 소비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해외여행객 수는 계속 늘면서 내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조인 허리띠를 해외에서 푸는 셈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중 거주자 카드 해외사용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신용ㆍ체크카드 포함) 사용금액은 21억1,000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7.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금과 카드 사용액을 합한 해외 여행지급 총액도 60억5,0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하며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선영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금액뿐 아니라 해외 여행지급 총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해외 씀씀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출국자 수 증가다. 3분기 출국자 수는 402만명으로 전 분기대비 14.7%, 전년 동기대비 8.6% 늘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출국자 수는 올해 이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저가항공 노선 증설로 저가 해외여행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누구나 한번쯤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장기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 살다 보니 '힐링'을 위한 여행을 많이 떠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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