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보수 지급 관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PSA 푸조ㆍ시트로앵 그룹이 심각한 경영난에도 불구, 내년 퇴임하는 필립 바랭 회장에게 거액의 특별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조치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28일(현지시간) 민간 기업 CEO의 보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여당인 사회당(PS)과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당 소속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은 "기업이 터무니없는 임금을 지급하고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특전을 주는 걸 스스로 통제해야 하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한 술 더 떠 "민간 기업 CEO의 임금과 특혜가 너무 많다면 이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앞서 푸조 이사회가 바랭 회장에게 퇴직 후 2,100만유로(303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많은 프랑스인이 반발하고 있다. 11% 이상의 기록적인 실업률과 임금 동결 등 경제사정이 나쁜데다 푸조 그룹도 1만1,000명을 구조 조정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바랭 회장은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작년 대선 당시 "부자를 싫어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회사 사정과 푸조 노동자들의 희생을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연금을 받지 않기로 한 바랭 회장의 결정을 환영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기업 내 임금 격차를 12배 이내로 제한하려 했던 스위스를 예로 들면서 "CEO들이 절제할 줄 모른다면 의회가 규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혀 CEO 보수 제한법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위스는 앞서 24일 CEO의 임금을 기업 내 최저 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됐다.
정부의 움직임에 크리스티앙 자콥 대중운동연합(UMP) 대표는 "기업 이사회에 좀 더 신뢰를 가져야 한다"면서 "아직 법률로 규제해야 할 긴박한 이유는 없으며 경제가 숨을 쉬도록 놔둬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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