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빚어진 동중국해 상공의 신경전이 고조되며 그 범위도 바다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연일 사전통보 없이 항공기를 CADIZ에 띄워 무력화(無力化)를 시도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은 공중조기경보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순찰ㆍ경계를 벌이는 등 굳히기 태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이 신경전의 초점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주변 해역에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포함한 미일 양국과 중국의 함정이 모여들고 있어 양측 신경전은 바다 위와 아래로도 번지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이 영공과 달리 항공방위의 편이(便易)를 위해 임의로 설정된 공역(空域)이란 점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곧바로 군사적 긴장이나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신경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우발적으로 빚어진 적대행위가 무력충돌로 번질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렵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의 대결이 부를 동북아의 군사긴장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은 현재의 상태만으로도 심각한 안보 불안을 느낄 만하다. 나아가 긴장이 한결 고조될 경우 그 동안 중국의 존재를 이유로 느슨하게 유지돼 온 '한미일 3각 동맹'의 고리가 굵고 단단해질 개연성이 커진다. 그런 선택과 결단의 때가 닥쳐오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우리 외교ㆍ안보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한편으로 현재의 군사적 신경전이 이어도 상공으로 번져오는 것도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중국측은 이어도를 일방적으로 포함시킨 CADIZ를 수정하라는 한국측 요구를 즉각 거절했다. 따라서 해군 해상초계기의 이어도 상공 비행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현재의 강경 자세를 풀지 않은 채 이에 대응한다면 한중 양국도 직접적 군사긴장에 휘말리게 된다. 그야말로 고도의 주의를 요하는 사태다.
이미 관련 각국의 입장이 분명하고, 조속한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당면한 과제는 적절한 위기관리 태세의 확립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신경전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자제력과 위기 회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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