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소속 의원 155명 전체 명의로 '이석기 방지법'을 발의했다. 국회법과국회의원 수당법을 개정,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국회의원이 구속될 경우 세비 지급을 중단하고 자료요구권을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시쳇말로 '종북 의원'에게는 지원을 끊고 권한도 주지 말자는 뜻이다.
개정안 발의의 취지는 일견 이해할 만하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의원에게 제공된 기밀이나 정책자료가 고스란히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방부에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등 30건의 자료를 요구했던 사실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종북 성향'이 의심되고, 위법 혐의가 짙은 의원이라고 해서 헌법정신을 훼손할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즉각적 응징 수단을 강구하자는 것은 성급하고도 지나쳐 보인다. 무엇보다 헌법 제27조 4항의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은 같은 조 1항의 '재판 받을 권리'와 함께 사적 처벌과 자의적 법 집행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종북 혐의만으로 적용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국가보안법 적용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결과 무죄 판결이 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3권의 분립과 균형을 해칠 소지도 있다. 행정기관인 검찰의 구속ㆍ기소만으로 국회의원의 권한을 정지시킨다면, 안 그래도 막강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진다. 이런 점에서 '이석기 방지법'은 국회가 스스로의 권위와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주된 우려인 기밀 누설은 정부가 정보ㆍ보안 관련법에 따라 국보법 위반 등으로 구속ㆍ기소된 의원에게는 자료를 주지 않을 수 있을 법하다.
야당의 태도에도 의문이 따른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 초 이번 법안을 여야가 공동발의하기로 합의했다. 뒤늦게 당내 비판에 떠밀려 발의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연히 나오는 게 아님을 확인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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