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친나왓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안 부결에도 태국 소요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잉락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 측의 국민회의 구성 제안을 거부하자 반정부 시위대가 군 사령부까지 점거하는 등 사태의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잉락 총리는 28일 의회에서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된 뒤 "정부는 모든 단체의 요구를 경청하겠다"면서도 "국민회의 구성은 현행 헌법 하에선 실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가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한 뒤 여기서 총리와 각료를 선택하도록 해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이번 시위의 목표라고 주장한 데 대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잉락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의 제안에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는 29일 정부 청사에 이어 군 사령부까지 점거했다. 군 당국은 "1,000여명의 시위대가 방콕에 있는 군 사령부에 들어가 시위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사령부 정문을 넘었지만 청사 건물 안까지 진입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잉락 총리 퇴진 운동에 군도 합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에는 경찰본부로 몰려가 전기를 끊기도 했다.
친정부 측도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은 30일 방콕 도심 라차망갈라 경기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부 파툼타니와 동북부 마하사라캄 등 지방 도시에서도 양측이 충돌해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방콕포스트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시위로 인한 혼란이 심화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다음달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이 사태 장기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태국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어 그의 생일에 시위가 수그러들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잉락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에 무력 사용을 자제하는 것 역시 국왕 탄신일을 의식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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