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의 간판스타 이세돌과 구리가 내년 1월부터 우승 상금 500만위안(약 8억7,500만원)을 걸고 10번기 승부를 벌인다.
이세돌과 구리는 1983년생 동갑으로 프로 데뷔도 1995년으로 똑같은데다 전투적인 기풍마저 같아서 세계 바둑계서 필생의 라이벌로 불렸다. 그래서 두 사람의 10번기 대결이 오래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대국료나 일정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미뤄져 오다가 이번에 몽백합배 세계대회 후원사인 중국 헝캉가구회사의 니장건 회장이 스폰서를 맡아 성사됐다.
1 0번기는 내년 1월 26일 베이징서 제1국을 시작해 상하이, 청두, 윈난 등 중국 전역을 순회하며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한 판씩 열린다. 4월 27일에는 한국에서 제4국을 치른다.(장소는 아직 미정)
특히 놀라운 것은 우승상금이 500만 위안(약 8억7,500만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 먼저 6승을 거둔 승자가 상금을 독식하며 패자에게는 여비조로 20만 위안(3,500만원)이 지급된다. 단 5대5 무승부로 끝날 경우에는 두 선수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제한시간은 각자 4시간으로 통상 3시간인 기존 세계대회보다 길다.
이세돌과 구리가 2004년 첫 대결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공식기전 통산전적은 16승 1무승부 17패지만 비공식기전인 남방장성배와 천신약업배서 이세돌이 이겼으니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팽팽한 라이벌이다. 세계대회 결승에선 이세돌이 2011년 비씨카드배와 2012년 삼성화재배서 승리했고, 구리는 2009년 LG배서 이겼다.
최근 활약상도 비슷하다. 현재 자국 랭킹은 이세돌이 1위, 구리가 3위다. 두 선수 모두 한동안 부진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랭킹위원 배태일 박사가 최근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는 중국의 스웨에 이어 이세돌과 구리가 나란히 2, 3위에 올랐다.
이밖에 이세돌은 12월 2일부터 중국의 탕웨이싱과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예정돼 있고, 구리는 오는 30일부터 미위팅과 몽백합배 결승전을 치른다. 통산 세계타이틀 획득수는 이세돌이 16개, 구리가 7개다.
세계 바둑계서 10번기 대결은 1940년대 우칭위안이 기다니 미노루를 비롯한 일본의 일류 기사들과 맞대결을 펼쳐 치수를 정선 또는 두 점으로 고쳐 사실상 일본 바둑계를 평정했던 사례가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10번기는 치수고치기 방식이 아니고 중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벌이는 이벤트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데다 한중 바둑계서 가장 인기 있는 기사들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에서 바둑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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