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8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시국미사 발언에 대한 여권의 총공세에 대해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사제단과 신부들에 대해서까지도 종북몰이를 하는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 의원이 천주교 사제단의 정권퇴진운동 논란 와중에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든 날을 택해 대여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야권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가톨릭신자인 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미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종북몰이가 도를 넘었다"며 이같이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의원은 특히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미사에서 한 사제의 강연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전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부끄러운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파문이 불거지는 동안 가급적 말을 아껴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날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문 의원의 시국미사 옹호 발언은 향후 본격적인 정치행보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달 초 발간될 문 의원의 회고록에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미흡한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가톨릭신도회 소속 의원들이 주최한 이날 미사는 문 의원을 비롯해 원혜영 인재근조정식 신학용 윤관석 김상희 우윤근 노영민 이종걸 의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우윤근 노영민 의원 등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의원 캠프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한 '친문 인사'로 통하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는 김병상 함세웅 신부 등이 참석했다.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도 참여중인 함 신부는 강론에서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언행일치가 안되는 것이다. 예수는 위선자를 무섭게 질타하셨다"면서 "예수의 역할은 사랑과 평화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불의한 사람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당 차원의 공세를 강화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통령 엄포 이후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하다"며 "종교계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국민을 이념갈등의 도가니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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