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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 킁킁… 맛보고 냄새 맡는 식품회사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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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 킁킁… 맛보고 냄새 맡는 식품회사 면접

입력
2013.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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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SPC그룹 신입사원 공개채용 면접시험이 치러진 서울 신대방동 이 회사 미래창조원.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등 SPC그룹 계열사에 응시한 200여명의 젊은이들로 붐빈다. SPC의 채용절차는 서류심사→인ㆍ적성 검사→1차 면접→2차 면접→최종 면접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날 시험은 '관능평가'로 불리는 1차 면접이었다.

하지만 보통 인사담당자와 응시자 간 문답식으로 진행되는 통상적 면접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날 면접의 키포인트는 맛과 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인사 담당자가 호명하자 4~5명이 시험장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총 5개. 농도가 다른 단물을 당도 순으로 나열하고, 제시된 시료에 어떤 향이 나는지 등을 맞히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지원자부터 진지하게 눈을 감고 맛과 향을 음미하는 지원자까지 표정이 다양했다.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기지 못하면 무조건 탈락이다. 기자도 함께 참여했는데, 가까스로 80점을 받았다. 향을 알아맞히는 문제는 모조리 틀렸다. 응시자 김모(26)씨는 "맡아 본 향이긴 한데 '무슨 향'이라고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미리 준비하고 오는 지원자도 있었다. 박모(23)씨는 "맛을 좀 더 예민하게 느끼기 위해 공복상태로 왔다. 농도 맞히기 문제가 나온다는 걸 들어서 집에서 연습도 해 보았다"고 말했다.

맛과 향을 테스트하는 까닭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식품회사인 만큼 직접 식음료 개발업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맛과 향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철학이기도 한데, 벌써 10년째 시행해 오고 있다.

2009년부터는 디자인 역량평가도 입사시험에 추가됐다. 일상생활 속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특정 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는다거나 ▲제시된 사진들 가운데 미관적으로 가장 보기 좋은 인테리어를 고르는 식이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려면 제품과 점포 인테리어 등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획일적 선발방식에서 탈피, 기업의 철학과 개성을 살리는 채용시험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SPC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식품업계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샘표는 10여년 전부터 요리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소면과 통조림 등 이 회사 제품 하나를 뽑아, 그 재료를 중심으로 직접 요리해 발표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지원자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이 회사 박진선 사장은 요리를 알아야 주 고객인 주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한국야크루트의 라면부문이 분리된 팔도도 올해 처음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라면 시식 면접을 도입했다. 여러 종류의 라면을 먹어 보고 이에 대한 평가, 개선점 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라면 위주 회사다 보니 회사 관련 제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각 계열사의 영업관리 마케팅 연구 등의 부문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SPC그룹의 하반기 공채경쟁률은 무려 120대 1을 나타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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