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경력의 야구 동호인 박모(41)씨는 올해 8월 열린 서울시연합회장기 국민생활체육 야구대회에 출전했다가 첫 경기에서 팀이 5회 콜드게임 패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씨가 속한 사회인 야구팀은 승률 7할대의 수준급 실력을 갖췄지만 상대팀 선발 투수가 이른바 '중출'이었기 때문이다. '중출'은 중학교, '선출'은 고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뛴 동호인을 가리킨다. 박씨는 "시속 130㎞에 육박하는 직구가 들어와 도무지 방망이를 댈 수 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팀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기업 소속 팀들이 '중출' 선수들을 대거 끌어들여 '준프로급 팀'을 구성하거나, 고교 선수로 활약했던 '선출'을 영입하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는 불법까지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에 대한 욕심과 우승 상금, 기업 홍보 효과 등 때문에 지나치게 경기 결과에 집착,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 등에 따르면 일부 기업 소속 팀은 팀원의 90%이상을 '중출'로 채우는 주객전도식 행태를 보인다. 일부 팀들은 아예 선수 출신을 해당 기업에 취업 시켜주기도 하며, 별도 수당을 주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야구선수 출신 윤모(30)씨는 "일반인 투수의 경우 보통 직구 스피드가 시속 100㎞인데, '중출'은 120~130㎞대까지 던진다. 변화구도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호인 야구팀의 조직인 전국야구연합회는 토너먼트 대회의 경우 선수 명단을 확인해 경기에 뛸 수 있는 고교선수 출신 '선출' 인원 수를 1~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중출'에 대해서는 제한 규정이 없어 이들이 주 영입 타깃이 되고 있다.
'중출'인 윤씨는 "지난해만 기업팀 3곳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며 "선수 출신은 회비나 유니폼 값을 내지 않으며 보통 7, 8개 팀에 가입해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팀 저팀 옮기며 선수로 뛰는 '용병 생활'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팀은 '선출'의 신분을 감춰 등록시키기 위해 아예 개명을 시키거나 신분증을 위조하기도 한다. 광주지법은 지난 22일 고교 선수 출신 3명을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중국 신분증 위조 브로커를 통해 이들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공문서 위조)로 기소된 S야구팀 감독 신모(36ㆍ의사)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동호인 야구선수인 박모(38)씨는 "2~3년 전부터 토너먼트 대회가 생겨 우승 상금이 수천만원까지 올라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취미로 야구하던 동호인 중에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회인 야구를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국사회인야구연합회 이상진 사무국장은 "선출 편법 영입은 리그의 분위기를 저해하는 만큼 적발되면 사회인 야구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등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의 사회인 야구팀은 1,200여개, 동호인 수는 30만~4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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