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서 토플 대리시험 친 중국인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서 토플 대리시험 친 중국인들

입력
2013.11.28 12:04
0 0

이달 24일 토플(TOEFL) 시험이 치러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강의실. 중국인 리모(17)군은 신분증 검사를 마치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리모(30)씨와 교대하기 위해서였다. 리씨는 점퍼 바지 신발 안경까지 리군과 똑같은 차림이었다. 베이징 명문대 박사과정 중인 리씨는 리군 대신 시험장에 들어가 시험을 보려다 감독관에게 적발됐다. 아무리 비슷하게 꾸며도 열세 살 나이 차이는 극복하지 못했다.

23일 또 다른 토플 시험장. 위조여권으로 대리시험을 보려던 중국인 장모(28ㆍ여)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서로 다른 응시자의 응시료 결제 때 동일한 신용카드와 이메일 주소가 사용된 것을 수상하게 여겨 제보했고, 경찰이 시험 당일 덕성여대 동국대 등 시험장을 덮친 것이다. 적발된 장씨의 한국 비자는 한 눈에 위조라는 것을 알아챌 정도로 조악하게 복사돼 있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토플에서 고득점을 받아준다며 의뢰자 명의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는 등의 수법으로 대리시험을 보려고 한 중국인 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대리시험을 의뢰한 리군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의뢰자 3명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달 대리시험 브로커를 통해 중국의 유명 인터넷메신저 '큐큐(QQ)'에서 의뢰자와 접촉, 건당 40만~170만원을 받고 이달 23, 24일 한국에서 치러진 토플을 대신 보려 했다. 이들은 의뢰자의 인적 사항에 자신의 사진을 넣은 위조여권을 알선책에게서 받아 시험 하루 전 입국해 시험장에 들어갔다.

이들은 중국에서 자국 신분증으로 시험을 치를 경우 발각 위험이 높은 데다, 중국에선 내년 1, 2월에나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토플 응시자가 밀려 있어 한국에서 대리 시험을 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명문대 재학생, 유명 방송사 직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고학력자인 대리응시자들의 토플 최고 점수는 113점에 이르는 등 모두 100점(120점 만점)을 넘겨 의뢰인이 원하는 점수를 받게 해줬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총 50여 차례 대리시험을 치렀으며 특히 티모(29)씨는 태국 싱가포르 등을 돌며 25차례나 대리시험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내 대리시험 알선자 등에 대해 중국 공안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