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 어제 국회 본회의는 정치력 부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과거처럼 해머나 전기톱이 등장하는 폭력이나 몸싸움이 없었을 뿐이지,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여당 의원들만 표결하는 모습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불통의 정치, 국민 기대를 무시한 오만의 정치 그 자체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설전을 벌였는데, 국민 눈에는 한심한 자들의 무의미한 다툼으로 보일 뿐이다.
우선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한다. 민주당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드러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않으면 감사원장 임명동의 표결을 거부하겠다는 연계 전략을 썼다.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명분도 잃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는 정쟁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인물을 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쇠도끼 주면, 금도끼 주겠다' 식의 거래를 시도했다가 무시당했으니, 실리도, 명분도 잃은 처지가 됐다. 더욱이 인준안 단독처리에 반발, 정기국회 의사일정 중단이라는 강공을 취했는데, 이는 인사나 예산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어서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 같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야당의 무제한 토론 요구를 거부하는 등의 절차상 하자 논란은 사소하다고 본다. 정작 국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선거에서 이겼으니 우리 뜻대로 하겠다는 식의 오만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가 의혹들을 설명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하고서 아무런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임명하겠다고 하니, 타협의 정치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새누리당은 입만 열면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들의 조속한 처리, 인사문제와 정치현안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처럼 중대한 현안에서도 축소하려고만 하지 말고 '조속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정치현안엔 눈 감고 예산안 타령만 한다면,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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