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 한국개별연구원(KDI)에서 3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두 차례 회의는 청와대에서 열렸다.
KDI가 올 연말 세종시로 이전하게 돼, 이번 대통령 주재 회의가 42년간의 'KDI 홍릉 시대'를 마무리하는 취지가 담겼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KDI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상당한 애착을 보인 기관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기관이다.
KDI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 입안 시 경제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1년 3월 설립됐다. 박 전 대통령은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의 건의를 받아 설립을 지시하며 사재 100만원을 내놓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 KDI 건물을 지을 때는 공시기간에 두 번이나 시찰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지금도 KDI 본관 로비에는 개관을 기념해 전달한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라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도서관에는 '책은 만인의 것'이라는 친필이 걸려 있다.
박 대통령도 부친의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새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 임명하면서 KDI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70년대 국내 싱크탱크를 주도한 두 곳이 인문사회계의 KDI와 이공계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인데 그 중의 하나인 KDI가 홍릉 시대를 이제 마감하게 된다"며 "홍릉 시대 이후 KDI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느냐는 의미도 담아서 장소를 KDI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KDI에서 "만약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막 살아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되고 국민의 고통도 커질 것"이라며 국회를 비판하면서 경제를 언급한 것도 부친과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적시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들과 내년도 예산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돼야 하는데 걱정"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론 분열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의 돌출발언을 비판한 뒤 민생ㆍ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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