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횡령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결국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의회 밖에서 정치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상원은 유죄가 확정된 의원의 의정 활동을 금지한 2012년 '세베리노법'에 따라 이날 전체회의에서 투표를 실시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상원의 투표 결과는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타스 통신은 찬성 192표, 반대 133표, 기권 2표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간 세 번이나 총리직에 오르며 이탈리아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치인생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상원의원직 박탈 결정으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향후 6년간 총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는데, 그가 현재 77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계 복귀가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1심에서 7년 징역형과 함께 평생 공직진출 금지 판결까지 받은 상태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또 의원직 박탈로 면책권이 상실돼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과 관련해 체포될 수도 있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오늘은) 민주주의에 애도를 표하는 아주 슬픈 날"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의회 밖에서라도 자신의 '포르차 이탈리아' 당을 이끌며 계속 정치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대중 영향력은 상원의원직의 박탈과 상관 없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끌던 자유국민당은 그의 잇따른 비리와 추문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21.5%이라는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얻어냈다.
로마 아메리칸 대학의 제임스 월스톤 교수는 "베를루스코니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고 엄청난 재산이 있으며 의회 안팎에 절대적으로 그를 신봉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그의 힘이 점차 쇠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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