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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단인가 무리수인가, 두산발 태풍의 결과는

입력
2013.11.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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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몰아쳤다. 하루를 단위로 강도가 점차 세졌다. 선수를 놓쳤다(FA). 선수를 뺏겼다(2차 드래프트). 선수를 교환했다(트레이드). 팀의 수장인 감독까지 전격 경질했다.

어느덧 태풍은 지나갔다. 이제는 흔적이 남았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두산이 흔적을 지우고자 한다. 아니, 흔적을 지우기 위해 결과물을 내고자 한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김태룡 두산 단장이 28일 잠실 구장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구단의 미래를 내다봤다”

두산의 행보를 보는 시선은 갈린다. 프로 구단으로서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팽팽하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리빌딩은 팀이 잘 나갈 때 해야 한다. 최하위로 떨어진 뒤에 바꿔보려고 하면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2003)가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리빌딩을 했다. 그걸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올해 준우승했다고 내년 우승 후보라고들 하는데, 야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팬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들을 보호 선수에 묶지 않은 점, 넥센 장민석과 윤석민을 트레이드한 점, 김진욱 감독의 경질 발표 시점이 너무 성급했다는 점 등에 대해 어렵사리 답변을 내놓았다.

김 단장은 “한쪽(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려 하면 다른 쪽(베테랑들)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며 “이럴 거면 우리 팀은 선수를 내놓지도, 지명하지도 않겠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말했다”고 했다.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밖에서 보는 구단 사정과 안에서 보는 평가가 다르다. 발이 빠르고 도루 능력이 있는 장민석을 데려와 또 다른 육상부를 만들어야 했다”면서 “현재 정수빈과 박건우가 있지만 (정)수빈이는 군대도 가야 한다. 윤석민은 한 방 능력이 있지만 팀에서는 누굴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감독 경질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단장은 “(동아대 후배이기도 한) 김 감독의 경질 사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경질을 발표한 부분은 “그 편이 차라리 낫겠다고 판단했다. 귀국 뒤 발표하는 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두산 관계자는 “27일 사실상 마무리 훈련 스케줄이 모두 끝났다.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모두 마칠 수 있게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책임질 각오 돼 있다”

여전히 두산 팬들의 반발은 거세다. “트레이드 협상 과정에서 감독의 의견이 배제됐다”, “베테랑들을 너무 매몰차게 대한다” 등 구단을 향한 냉랭한 시선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리빌딩’이라는 곱상한 단어로 포장하기에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프런트의 입김이 너무 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 단장은 이에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한다는 건 명백히 오해”라고 했다. 김 단장은 “어떻게 선수를 육성하고,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진짜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밖에서는 단장이 뒤에서 감독을 흔든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왜 두산이 1,000억 가까이 드는 2군 구장을 새로 짓겠는가. 좋은 선수를 육성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우물 안에만 있으면 다른 게 안 보인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교육리그에서 일본 팀과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돕는 게 프런트의 할 일”이라며 “(지금 구단이 한 선택이 잘못됐다면)당연히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두산은 흔적은 지울 수 있을까. 2014시즌 흔적 없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한 바탕 몰아친 태풍의 흔적은 새싹의 토양이 되기도,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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