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에서 센터의 주 역할은 빠른 속공과 함께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센터 양효진(24ㆍ190㎝)의 경우는 좀 다르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팀의 주포로 많은 득점을 뽑아내며 공격을 이끈다.
양효진은 28일 현재 여자부 블로킹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세트당 1.042개)에 올라있다. 2위 정대영(GS칼텍스ㆍ0.667개)과 0.3개에 가까운 차이다. 3시즌 연속 블로킹상을 받았기에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것은 공격 종합 부문(성공률 50.31%)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2~5위까지 베띠(GS칼텍스), 카리나(IBK기업은행), 조이스(KGC인삼공사), 바실레바(흥국생명) 등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용병 이상’급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속공 2위(54.05%), 시간차 2위(50.63%), 득점 5위(112득점)에도 자리하고 있다.
양효진은 최근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최고 연봉(2억5,000만원)을 받으며 팀에 잔류했지만 지난 7월 KOVO컵 대회에서 다친 왼 발목 부상으로 인해 비 시즌간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리그 첫 경기인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8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스스로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이었지만 이후 조금씩 경기력을 되찾았다. 최근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0.8득점의 놀라운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양효진이 살아나자 조금씩 현대건설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27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2로 몰린 4세트 21-24에서 기어코 듀스를 만들었고 끝내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2승4패(승점 6)로 아직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라이트 황연주도 조금씩 부활의 기미를 보이며 2라운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은 “1라운드에서도 페이스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인삼공사와의 경기 역전승을 계기로 2라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현대건설이 양효진을 앞세워 배구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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