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는 극소수인 약제에 대해 제약업체가 약값의 일부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위험분담제도'가 시행 문턱에서 반발에 부딪혔다.
내년 1월 시범 실시되는 위험분담제도의 첫 적용대상은 소아백혈병 치료제(항암제)인 에볼트라 주사다. 이 약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업체 젠자임코리아는 2011년 말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했지만 한 병에 200만원 정도의 고가이고 환자는 연간 20~30명에 불과, 혜택은 적고 재정부담은 크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17억원 정도 투입된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갑자기 "임상 효과에 따라 제약사가 약값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을 전제로 에볼트라 주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 복지부가 입법예고를 하자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임상적 효과와 가격을 함께 고려하는 건강보험 적용 원칙과 맞지 않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민원 해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특히 위험분담제도에서 약의 임상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일반 건강보험 적용의 경우보다 느슨하고, 제약사가 부담하는 몫이 몇 %인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복지부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에볼트라 주사의 건강보험 등재 가부를 다음날인 22일까지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경총 등 건정심에 참여하는 5개 가입자 단체들은 "건강보험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 변화를 서면 설명이나 서면 심의로 대체할 수 없으니 직접 설명을 듣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보류 입장을 밝힌 상태다.
건정심은 다음달 4일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논의한다. 건정심 위원(25명) 다수가 에볼트라 주사의 건강보험 적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맹호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 등재 약품을 결정할 때는 이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상황이라 통상 서면심사로 대체한다"며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제도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