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 목록에 '낙하산 인사' 퇴출 방안은 없는 걸까. 출범 1년이 안 된 해양수산부 산하의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은 낙하산 강행 논란에 휩싸였고, 한국투자공사(KIC)와 한국마사회 등에서도 비슷한 잡음이 일고 있다. 정부가 연일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공공기관 임원 직위를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자리로 여기는 인식은 도무지 바뀔 기미가 없다.
27일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 여수광양항만공사는 15일 사장 공모 공고를 다시 냈는데, 뒷말이 무성하다. 해당 자리에 해수부 퇴직 공무원을 앉히려다 여의치 않자 최초 공모를 무효화하도록 해수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 자리는 7월 공석이 됐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경고)을 받자 당시 사장이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논란은 8월 공사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를 압축하고도 사장 선임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불거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해수부를 퇴직한 모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가 어려워지자, 해수부가 임추위 등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공모 절차가 10월까지 중단됐다"며 "업계에서는 3월부터 해당 인사가 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로 선발한 A씨와 B씨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결국 공모 절차가 무효가 됐다"며 "해수부 요구를 거부하던 임추위도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기업 기관장 및 임원은 해당기관 임원추천위원회가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하지만 최초 후보자를 선정하는 임추위 단계부터 객관성과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추위에 해당기관 비상임 이사가 다수 참여하고, 민간위원 선정 또한 해당기관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는 탓에, 구조적으로 제 식구 챙기기가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공공기관 임원 선임제도의 현황 및 개선과제'를 내놓고, "임추위 추천 후보가 최종 선임에서 탈락하고, 재공모를 통해 다른 사람이 임명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재공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의 경우 정당성이 부족한 탓에 떨어지는 조직 장악력을 복리후생 등으로 만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낙하산 인사 관행을 깨지 못한다면 공공기관ㆍ공기업 개혁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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