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11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인화성 자재 근처에서 용접을 하면서도 불꽃이 튀는 것을 막는 천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7일 사고현장 감식을 통해 용접 과정에서 인화성이 강한 우레탄 보드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CCTV 화면을 분석해 사고 당시 작업자가 지상 1층에서 소화전 배관을 용접하고 나온 뒤 연기가 치솟은 것을 확인했다. 용접 작업지점과 우레탄 보드까지 거리는 불과 30㎝밖에 되지 않았지만 당시 작업장에는 불꽃을 차단할 시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업규칙 위반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용접을 할 때에는 불꽃이 튀지 않도록 방지덮개 및 용접 방화포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접 불똥이 우레탄 단열재에 튀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레탄은 가격이 저렴하고 단열 성능이 좋아 건축물 단열재로 널리 쓰이지만 불이 잘 붙고 화재 시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층 건물에 한해 우레탄 단열재를 허용하되, 유해가스 안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2명도 유독가스에 질식, 현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여 우레탄 단열재 사용에 대한 논란도 일 전망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사망한 허모(60)씨와 장모(48)씨의 부검을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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