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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날고 실적 기고… 퀄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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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날고 실적 기고… 퀄컴의 위기

입력
2013.11.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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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제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 통신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슈퍼 갑(甲)'이었던 퀄컴은 삼성전자가 통신칩 개발에 뛰어들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데다 주당 순이익까지 하락, 구조조정 수술까지 착수했다.

1985년 설립된 미국 퀄컴은 우리나라가 채택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2세대 휴대폰용 통신칩을 개발해, 전세계 수요량의 90%를 공급하며 위세를 높였다. CDMA 자체는 우리나라가 개발했지만 핵심 부품을 퀄컴만 만들다 보니 정작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매년 수억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얄미운 국부유출의 핵심이자, 로열티의 블랙홀이었던 셈이다.

퀄컴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응용 프로세서(AP)와 통신칩을 개발, 통신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지켰으며 반도체 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인텔, 삼성전자, TSMC에 이어 4위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일부 사업부를 통폐합하는 쪽으로 내부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인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구조조정은 있었지만 이번에 꽤 큰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위기는 오랜 고객이자 최대 고객이기도 한 삼성전자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직접 통합칩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통합칩이란 휴대폰에서 통신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와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구동하는 반도체, 즉 AP를 하나로 합친 반도체다. 두 개의 별도 반도체를 하나로 합치는 것인 만큼 비용과 효율이 개선됨은 물론,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져 더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 개발이 가능하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퀄컴에서 '스냅드래곤'이라는 통합칩을 구매했으나, 최근 이를 자체 개발해 스마트폰 '갤럭시원'에 탑재했다. 앞으론 삼성전자의 주요 스마트폰에 실릴 공산이 크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도 "통합칩의 필요성이 커져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통합칩은 현재 퀄컴이 밀고 있는 주력제품. 만약 삼성전자가 더 이상 퀄컴으로부터 통합칩을 구매하지 않고 직접 생산한다면, 퀄컴은 최대 고객을 잃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자체가 퀄컴과 맞서는 통합칩 분야 경쟁사가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통합칩 개발을 양사 관계의 역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소식통은 "과거엔 퀄컴이 칩을 독점 공급해서 슈퍼갑이었지만 이미 관계가 바뀐 지 오래"라며 "지금은 삼성전자 구매액이 워낙 크다 보니 퀄컴에 칩을 주문할 때 원하는 규격과 성능, 개발인력까지 지정할 정도도 갑을관계가 역전됐다"고 말했다.

퀄컴의 위상하락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퀄컴의 3분기 주당 순이익은 시장 기대치(1.08달러)를 밑도는 1.05달러에 그쳤다. 이번 구조조정도 이 같은 수익악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도 칩 이외의 새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 당장 29일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해 스마트워치 '톡'(TOQ)을 한정 출시한다. 350달러대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진 톡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통화도 되며 문자메시지, 날씨, 주가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톡은 기기 자체를 많이 팔려는 것보다 한 번 충전하면 1주일 이상 장기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와 전력 소모가 적은 디스플레이 '미라솔' 등 퀄컴의 기술 홍보가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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