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경질이었을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김진욱(53) 두산 감독이 급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해임이다. 두산은 27일 오후 “김진욱 감독을 대신해 송일수 2군 감독을 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2년부터 사령탑에 앉았던 김 감독은 3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하차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교체다.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뒤 유니폼을 벗은 김성근 전 감독 이후 처음으로 준우승 감독의 경질이다. 프로야구 32년 역사를 통틀어서는 7번째 사례다. 2년간 성적을 놓고 봐도 나쁘지 않았다. 부임 첫 해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올 시즌엔 정규시즌 4위로 턱걸이했지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며 ‘가을 잔치’ 명승부를 연출했다.
두산은 김 감독의 경질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두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일찌감치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것. 김 감독은 올 시즌 초반부터 몇몇 구단 감독과 함께 교체설이 나돌았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만회하기엔 이미 시즌 도중 그룹 수뇌부의 방침이 서 있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미러클’로 포장된 포스트시즌이 김 감독에게 더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 넥센에 2패로 벼랑 끝에 몰렸었고,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는 3승1패로 앞서고도 내리 3패를 당해 패권을 내 줬다. 승부처마다 김 감독이 구사한 용병술 역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 그룹 수뇌부가 마뜩잖아 했다는 후문이다.
두산은 스토브리그 동안 내부 자유계약선수(FA)인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모두 놓쳤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혜천(NC) 등을 내보냈다. 또 베테랑 투수 김선우를 방출했고, 차세대 거포로 키웠던 윤석민은 넥센으로 트레이드시켰다. 전면적인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끝은 결국 사령탑이었던 셈이다. 김 감독은 전원 잔류가 유력했던 올 겨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지휘봉을 반납하게 됐다.
새 감독으로 선임된 송 감독은 1969년 일본 긴데쓰 버펄로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포수로 활약하다가 1984년 삼성에 입단해 3년간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했다. 은퇴 뒤 일본 구단에서 코치와 스카우트로 활동하다가 올해 두산 2군 감독으로 임명됐다. 두산은 송 감독에 대해 “원칙과 기본기를 중시하면서도 경기 중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으로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송 감독은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던 터라 놀랐다. 팬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멋지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드리는 것인 만큼 내가 가진 모든 열정과 능력을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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