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신기록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전남 대표 백승호(23ㆍ삼성전자)는 “(기록 경신이) 정말이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럴 만도 했다. 눈비가 뒤섞여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면서 “부산 대표 (김)재훈이 형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며 공을 타 주자에게 돌렸다.
백승호는 27일 펼쳐진 제59회 경부역전마라톤 김천~대전 대구간 중 제1소구간 김천~직지사 9.1㎞ 레이스를 27분21초에 통과해 종전기록을 6초 앞당겼다.
사실 백승호는 요즘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감기 몸살기운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체전에서도 5,000m 우승은 했지만 자신의 한국 최고기록(13분42초98)에는 10초나 뒤졌었다.
황규훈(60)삼성전자 마라톤 감독도 “(백)승호의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대회 출전을 허락했다”고 말할 정도로 신기록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백승호의 질주 본능은 기상조건의 호불호(好不好)를 따지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장거리 주자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제1회 서울국제 스프린트대회 10㎞레이스에서도 29분49초로 국내 남자일반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에서 또 다른 이색 기록에 도전한다. 경부역전마라톤 사상 첫 3회 연속 최우수선수(MVP) 수상이다. 백승호는 육상계 대표적인 ‘순둥이’이지만 MVP만큼은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3회 연속 MVP는 황영조 형과 이봉주 형도 수상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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