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의 올 한해 음악 활동을 되짚어 보면 마치 ‘사랑의 시작과 끝을 경험한 여자가 성숙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한 여자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매일 같은 순간 매일 같은 자리에 언제나 함께 해주길(폴링 인 러브ㆍ7월 8일 발매)’바라는 핑크빛 마음으로 가득 찼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고 싶기 마련이다. ‘너에게 묻고 싶어 나를 사랑하니?(두 유 러브 미ㆍ8월 7일 발매)’라며 그에게 애타게 묻는다.
그리고 이별. 사랑이 떠난 자리엔 상처가 남는다. ‘나를 떠나 보낸 그가 아직 너무 미워요’(그리워해요ㆍ11월 21일 발매)라고 원망을 하지만 결국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떠난 사랑은 상처뿐 아니라 추억과 성숙도 함께 남기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두루 경험한 투애니원은 한층 성숙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투애니원은 “‘그리워해요’는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 세상 등 더 넓은 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불렀어요. 우리가 투애니원으로서 마지막 무대에 설 때 이런 느낌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촉촉한 감성 음원 올킬
발라드 곡 ‘그리워해요’는 발표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5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400만 건을 넘겼다. 투애니원의 촉촉한 감성이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도 통한 셈이다. 투애니원은 ‘그리워해요’를 작업하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진심을 담아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진심이 팬에게 전해진 것이다.
박봄은 “녹음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원래 테디(‘그리워해요’의 작사ㆍ작곡가) 오빠 앞에서 울지 않는데, 노래하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그 마음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겼죠”라고 말했다. 산다라박도 녹음 중 가사에 취해 펑펑 눈물을 쏟았다. 막내 공민지는 멤버들, 부모님, 팬 등 큰 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했다. 공민지는 “이전에는 감정 표현이 어리기 때문에 전달이 안 됐던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한층 농도 짙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씨엘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누드 연기를 자청했다. ‘그리워해요’에 얼마나 몰입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씨엘은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시켜서 하는 거였다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투애니원은 가사에 푹 빠져 있었다. 시간은 오늘을 과거 또는 추억으로 만든다.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그리워해요’는 더욱 힘차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투애니원은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나중에 투애니원을 하지 않을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멤버들은 이렇게 그리워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서로를 생각하며 같은 마음으로 노래해 더욱 특별한 거 같아요”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월드투어 전 정규앨범 내고파
‘그리워해요’를 통해 한층 성숙한 섹시함을 드러낸 투애니원. 지난해 진행한 월드투어가 그들의 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다. 투애니원은 지난해 국내 걸그룹 중 최초로 월드투어를 개최해 미국, 유럽 등 7개국 10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투애니원은 월드투어를 통해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씨엘은 “국내 활동보다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여행을 함께하듯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멤버들이 더욱 소중해졌죠. (월드투어가) 큰 계가가 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산다라박은 “함께 여행을 다니며 기쁜 일, 힘들 일을 모두 함께 겪었어요. 사소한 기억이 추억이 됐어요. 애틋해졌죠”라고 덧붙였다.
투애니원은 내년 3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월드투어를 펼친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걸그룹이 2년 만에 월드투어를 개최하는 건 투애니원이 처음이다. 월드투어를 앞둔 투애니원의 바람은 딱 한가지 정규앨범 발매다.
씨엘은 “지난 월드투어 때는 새로운 곡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정규앨범을) 준비하다 완성도 때문에 엎어지기도 했고, 회사에 소속 가수 분들이 많아서 미뤄지기도 했고요. 내년 월드투어 전까지는 꼭 정규 음반을 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내년 월드투어가 시작되기 전 발표할 정규앨범을 통해서는 다시 ‘센 언니’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다는 속마음도 내비쳤다. ‘그리워해요’를 통해 성숙한 매력을 보여 줬기에 새 앨범에선 투애니원만의 개성인 당당한 여자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씨엘은 “지난 2년간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곡들이 많아요. 하지만 급하게 하기보다는 제대로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확실한 노래, 느낌이 노래로 찾아 뵐게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문미영기자 ㆍ사진=YG 제공
한국스포츠 문미영기자 mymoon@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