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자존심의 문제다. 사실 실익은 별로 없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 상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도는 우리 관할인 만큼 중국과 일본이 이어도 상공을 점유한 데 따른 반감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지만 괜한 분란만 조장할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물론 KADIZ를 넓힐 경우 국민들의 정서적 만족감 외에 경제적 효과도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원유를 비롯한 이어도 주변 해역의 엄청난 자원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향후 제주 남방 해역 공해상에서 자원전쟁이 벌어질 경우 중일 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내세워 권한을 행사하려 들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 뒤늦게 숟가락을 얹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실익에 비하면 KADIZ를 이어도로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독도 영유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일본이 KADIZ 확대에 반발해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KADIZ는 1951년 미군이 설정한 것인데, 당시 동해를 반으로 나눠 그 상공을 각각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정했다. 그 결과 독도 상공은 한국의 관할에 포함됐고, 일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이어도 상공으로 KADIZ를 변경하면 독도 상공에 대한 일본의 맞대응에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임에도 정부가 이어도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 않고 이 지역을 선점한 일본과 줄기차게 협상을 벌여온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각기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한국까지 끼어들면 이어도 상공은 동북아 3국의 관할이 겹치는 유일한 곳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중일간 영토분쟁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이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KADIZ를 이어도로 넓힐 경우 정부 행위의 일관성이 깨져 주변국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정부는 95년 맺은 '한일 군용기간 우발사고 장비 합의서'에 따라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에 진입하기 30분 전에 일본에 통보하고 있다. 또한 2008년 7월 '군용항공기 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시하면서 이어도를 우리 구역에서 제외했다.
다만 '사정변경의 원칙'을 내세워 정부가 KADIZ 변경을 강조할 수도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이 바뀌었는지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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