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문 콘서트홀로 3년 만에 재개관하는 대구시민회관의 주차장이 접촉사고의 우려와 교통혼잡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주차면수를 확보하기 위한 당초 청사진 때문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관객의 안전과 편의성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 공연을 시작으로 29일 재개관하는 대구시민회관은 연면적 2만6,793㎡, 지하3층, 지상 6층 규모로, 주차공간은 건물 지하에 214면, 주차타워 72면이다.
26일 새단장한 대구시민회관을 찾아보니 주차장은 세계수준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을 지향하는 이곳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았다. 재개관 전이어서 주차장이 텅 빈 상태였는데도 불구,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 주차장은 지하3층이지만 층마다 아래 위를 나눠 실제로는 6개층처럼 운용되고 있었다. 유인요금소를 지나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차량진입방향에 맞게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었지만 각 층과 상ㆍ하단을 연결하는 경사로는 통행로와 직각으로 꺽여져 있었다.
차량들이 폭 6.9m 통행로에서 가상의 중앙선 오른쪽 방향으로 운전할 경우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아 오른편에 있는 경사로로 내려가거나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폭 3.4m, 길이 9.8m의 경사로를 이용하려면 차량을 중앙선 왼편으로만 몰아야 하지만, 콘크리트 벽면 사이에 난 경사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진입이 만만치는 않았다.
또 지하층 사이는 상ㆍ하행 경사로가 바로 붙어있어, 내려가고 올라오는 차량들이 접촉사고를 낼 우려도 컸다. 특히 지하1층 상단부로 올라가는 차량들은 지상1층에서 내려와 내려가는 차량과 'X'자 형태로 차선이 꼬이도록 되어있어 출입차량이 동시에 몰릴 경우 교통이 통제불능이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대구시민회관 측은 최근 본격 재개관을 앞두고 소규모 연습공연을 할 때 차량들이 지상에서 지하1층까지 경사로에서 과속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어 중앙선 위치에 라바콘을 세우기도 했다.
대구시와 설계사무소 등에 따르면 당초 대구시민회관 리노베이션은 처마와 기둥 5개 보존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랜드콘서트홀 지하는 주차공간으로 확보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주차부지에서 최대한의 주차면수를 확보하기 위해 원형 대신 직선 경사로를 채택했고 특별교부세를 받아 주차타워도 건설, 법정주차 171면을 넘기는 286면의 주차면수를 확보했다.
대구시민회관 관계자는 "원형경사로를 만들면 주차면수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공연장 특성상 입차와 출차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교통이 엉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평소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원이 연습을 하고, 지하에 부대시설 등이 들어서면 공연시간과 관계없이 차량통행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구시민회관의 전망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대구시민회관을 찾은 김모(46)씨는 "559억원을 들인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감상하기도 전에 주차에 진땀을 다 빼버리면 낭패"라고 말했다.
대구시민회관 측은 재개관일인 29일 지하주차장에 안내요원을 배치할 계획이지만 효율적인 교통흐름을 보일 지 미지수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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