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비행계획 사전통보 요구도 거부키로 했다. 미 국방부는 군용기 비행을 강행하고 만약의 경우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ㆍ충돌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중국이 센카쿠열도와 오키나와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한 것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중국의 조치는 쓸데없이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 방공식별구역 인근 기지의 공군비행대는 비행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임무 수행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비행계획 사전통보는 물론 비행시 라디오 주파수와 트랜스폰더(중계기), 항공기 로고 등을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이 해당 구역 비행시 요구한 이 네 가지 사항은 비행 물체를 확인하고 공중 충돌을 막는데 필요한 조치다. 국방부의 한 인사는 "미군은 늘 자체 방어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군이 미군 비행에 대응하면 군사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군은 그러나 미중 군용기 대치시 대응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응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중일 갈등 차원의 문제로 보려는 중국에게 미중의 직접 대립을 가져올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미군 작전 및 훈련 항로가 포함된 것에 특히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은 오키나와 인근 3곳에 훈련장과 폭격장을 운영 중이다. 8월부터는 센카구 주변 항공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미군이 중국의 요구대로 비행계획을 사전 통보하는 것은 결국 동중국해 작전 내용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 주둔 미군의 작전ㆍ훈련 구역과 민간항공기 항로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중국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센카쿠 영유권 갈등을 넘어 미일동맹의 고리를 겨냥한 노림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미군의 사전통보 거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안전운항을 이유로 대만ㆍ홍콩 노선 등의 비행계획을 중국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6일 "중국의 조치는 아무 효력이 없기 때문에 비행계획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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