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각 상임위원회별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고 본격 예산 심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 가는데다 예산 방향을 두고도 이견이 적지 않아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거론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국방위 등 11개 상임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부처별 예산안을 상정하고 심의를 시작했다. 예산결산특위도 공청회를 열고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등 본격 심사에 시동을 걸었다. 예결특위는 29일부터 일주일간 정부를 상대로 정책 질의를 진행한 뒤 내달 9일부터 예산안 조정 소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산 심의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에서 파행이 빚어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보건복지위의 경우 야당 의원들이 문형표 복지부장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 개의조차 무산됐다.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오늘 전체회의는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소집됐다"면서 모레쯤 예산안 심사에 임할 뜻을 비쳤다. 운영위에서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지원요원간 몸싸움 사건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정회를 거듭했다.
예산안 편성 방향에서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일자리 늘리기 정책 등에 주력하는 반면, 민주당은 무상급식, 의료공공성 강화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30일 전(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에 약 1주일, 예결위 심사에 15~20일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법정 기일 준수는 물건너갔고 연내 처리도 빠듯하다. 국회가 새 회계연도 개시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편성ㆍ집행해야 하는데 준예산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데다 예산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도 없어 대 혼란이 예상된다.
여야 모두 준예산 편성에는 부담을 갖고 있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정 사상 한 차례도 없었던 준예산 편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내 처리를 강조했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심도 있는 예결위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예결위는 이날 2012년도 결산안 등 3개안을 원안대로 의결했고 여야는 28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키로 합의했다. 결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은 8월31일까지지만 여야 정쟁이 확산되면서 석 달 가까이 지연됐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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